롤랑이들과일상들

3월 26일 사랑이 병원에 가다.

롤랑말랑 2020. 9. 30.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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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우리집에 오고 조용했던 내 방이 시끌벅적 해졌다.

귀엽고 예쁜짓만 하는 롤리와 사랑이를 보며 데려오길 잘했다 생각이 들다가도

생명의 무게감. 책임감이 나의 선택을 주저하게 했다. 과연 잘한 일일까? 나때문에 이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으면

어떻할까? 나는 나혼자 살아가는것 조차 버거워 하는 부족한사람인데 누군가를 책임질 수 있을까?

롤리와 사랑이를 보면서 행복한 감정과 불안한 감정이 뒤섞여 생각이 많아 질때쯤, 롤리와 사랑이를 보내준 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롤리는 가정분양으로 온 아이다. 그래서 그런가 사람의 손길에 겁이 없고 감정표현에 솔직하다. 그런 롤리를 보고있으면 사랑받고 자란 티없이 맑은 아이같아 가끔은 부럽기 까지 하다.

사랑이는 샵에서 온 아이로, 우연히 그 언니와 만나게 되면서 유리상자에 들어있던 사랑이의 모습이 눈에 밟혀 데려왔다 한다. 어느 환경에서 태어났는지 알수 없어 그런지 모르겠지만, 사랑이는 잘 놀라고 사람의 손길을 그다지 편하게 받아들이진 못한다. 다행인건 그래도 사람을 좋아하고 늘 사람이 있는곳에 있길 원하는 성격이라 조심히 예의 바르게 천천히 다가가는 손길은 잘 받아들여주고 좋아한다. 그런 사랑이를 보고있자니 꼭 나같은 모습일때가 많아 괜히 정이간다.

그런 사랑이가 샵에서부터 링웜이라는 곰팡이성 피부병에 걸려분양되어왔다 한다. 그 당시 샵에 연락해 병에대해 말하니 아기 고양이였던 사랑이를 상자에 넣어 택시에 혼자 태워 보내라고 말했다 한다. 마치 물건 반품보내듯이..

만약 그렇게 보내졌다면 사랑이는 제대로 치료를 받았을까? 행복하게 잘 키워졌을까? 다행이도 그언니는 사랑이의 이름을 지어주며 모든 상황에도 포기하지 않는 사랑의 마음으로 사랑이를 키우려 했다고 한다. 그래서 사랑이다.

그런 사랑이를 치료하기위해 이런저런 이유로 지금은 내가 사랑이의 보호자로 샵에서 소개해준 병원으로 가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나는 고양이는 처음 키워보는 초보집사이기에 링웜이라는 처음듣는 것들 뿐인 말들에 겁이나 당장 병원으로 갔다.

사랑이가 있었던 샵으로 가서 직원과 같이 병원으로 가야해서 샵으로 들어갔는데 수많은 유리상자에 들어가 있는 비싼값으로 누군가에게 팔리기위해 작은 유리상자에 있는 강아지 고양이들을 보면서 난 보지않았지만 우리 사랑이가 그 속에 들어가 숨지도 못하고 수많은 불특정 다수의 눈길을 받으며 있었다고 생각하니 사랑이의 겁많은 성격이

왠지 더 짠하게 느껴졌다.

다행이도 그렇게 심하지 않다는 병원진료를 받고 돌아오는길에 몇일동안 무거운 책임감의 불안했던 많은 생각들이

강한 하나의 마음으로 변해있었다. 이 아이들은 이제 즐겁거나 아프거나 나만 바라보는 나의 가족이라는것.

내가 강해지지 않으면 이 아이들을 지켜줄수 없다는것, 고민하는 그 시간은 무의미 하다는걸 안 순간 머릿속은

맑아졌다.

롤리와 사랑이. 비록 20년 남짓 살다 가는 짧디짧은 생의 아이들이지만.. 그 시간동안 비가오나 눈이오나 나와 언제나 부둥켜 함께이겨내고 함께해야하는 가족이라는 것. 내가 무기력해지면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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